세계 최고속 슈퍼컴 ‘IBM 블루진/L’보다 2배 빨라 AMD 옵테론과 셀 BE 섞어 ‘하이브리드형’ 설계
페타플롭스(PetaFlops, PFLOP), 1초당 1000조(兆)번의 수학 연산처리를 뜻하는 꿈의 단위가 마침내 현실이 됐다. 1996년 테라(tera, 1조)급 슈퍼컴퓨터 시대가 처음 열린 지 12년 만의 쾌거다.
“미군이 보유하게 된 IBM 슈퍼컴퓨터 ‘로드러너(Roadrunner)’가 초당 1026조번 이상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페타플롭스 시대를 열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로드러너란 뉴멕시코 주를 상징하는 뻐꾸기과(科) 새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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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의 연산 속도는 초당 1026조번으로, 전 세계 ‘슈퍼컴퓨터 톱500′(http://www.top500.org)에서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IBM 블루진/L(BluGene/L)의 478테라플롭스(TeraFlops) 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블루진/L은 현재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에 설치돼 있다.
이에 따라 1초에 1000의 6승(乘)까지 계산이 가능한 엑사플롭스(Exaflops)급 슈퍼컴퓨터 출현도 시간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자들은 10년 이내 엑사급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MD 옵테론과 셀 BE 섞어 구현…美 핵무기 등 관리
총 1억33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컴퓨터는 개량형 셀 브로드밴드엔진(Cell B.E.) 1만2960개에 일반 서버 환경에 맞춰져 있는 AMD 옵테론(Opteron) 중앙처리장치 다수를 섞어 만든 것이다. 집적된 CPU들의 연산 코어 총 수는 무려 11만6640개.
특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비디오 게임기에 장착되어 있는 연산장치와 AMD 옵테론을 병렬 사용해 하이브리드형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각 프로세서들의 특성을 고려, 각 연산 과정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를 교차해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종(異種) CPU를 효율적으로 공동 제어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세 종류의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 로드러너의 소비 전력량은 약 300메가와트로, 대형 쇼핑센터를 하나 운영할 만큼의 전기를 소비한다.
뉴욕타임스는 국립핵보장기구(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 토마스 다고스티노(Thomas P. D’Agostino) 박사의 말을 인용, “지구상 60억 사람들이 수동식 계산기를 이용해 하루 24시간씩 1주일 내내 계산한다면 46년이 걸리는 연산 작업을 로드러너는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묘사했다.
다만 이 컴퓨터는 군용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일반 과학자들이 연구 활동에 사용할 수는 없다. IBM과 국립핵연구소인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Department of Energy’s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LANL)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이 슈퍼컴퓨터는 미군 비축 핵무기 관리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IBM(http://www-03.ibm.com/servers/deepcomputing)은 이번 달 독일 하이델베르그에서 열리는 국제 슈퍼컴퓨터 콘퍼런스(International Supercomputer Conference, http://www.supercomp.de)에서 로드러너 탄생을 일반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